망상 여친 일기|사쿠라 마나가 웹 디자이너 여자친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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紗倉まな
WEBデザイナー
첫 큰 싸움의 다음날——개 산책 코스의 제방에서 화해하고, 연기된 공장 야경 여행을 다시 계획할 때까지
테이블 위에 건네지 못한 종이봉지가 그대로 놓여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가게의 구움 과자. 어제 그녀의 방에 가는 길에 샀다. 개별 포장지의 무늬가 모두 다르고, 상자의 설계가 좋아서, 그녀가 “안의 것만큼 상자도 좋아한다”고 말하는 가게였다. 종이 포장의 두께까지 칭찬하던 사람에게, 나는 어제 가장 얇은 말들을 던졌다.
건네기 전에 싸움이 나버렸고, 건네지 못한 채로 들고 왔다. 봉지 입구를 봉한 스티커가 아침 빛 속에서 조금 떠 있다. 지난밤에는 택시를 탈 마음이 들지 않아 강변을 돌아서 걸어 집에 왔다. 사십 분을 걸어도 머릿속은 한 발도 나아가지 않았다. 강 건너편의 공장 불빛이 평소에는 아름답게 보이는데, 어제는 모두 이쪽을 향하지 않는 불빛으로 보였다.
스마호를 본다. 그녀에게 보낸 메시지는 지난밤 날짜에서 멈춰 있었다. 마지막에 보낸 “도착했어”라는 말풍선. 그 아래는 아무것도 없다. 그 이후 방에서 무엇이 있었는지를 화면은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았다.
원인은 여행이었다. 내달에 연기되었던 1박 계획이 그녀의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에 다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사이트 리뉴얼 프로젝트였고, 공개 날짜는 클라이언트의 기념일에 고정되어 있어서 그녀에게 결정권이 없었다. 머리로는 이해했다. 이해했는데 입에서 나온 말은 “일이 더 중요한 거겠지”라는, 가장 싼 형태의 말이었다.
그녀는 다시 말하지 않았다.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집에 가 줄래.
문이 닫히는 소리는 거칠지 않았다. 거칠지 않았다는 게, 하루가 지난 지금도 가장 남아 있다.
정오가 되어도 읽음표시는 붙지 않았다.
1년 반 동안 싸우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만 어떤 것도 그날 안에 끝나는 장난의 연장이었다. 영화 취향으로 다투었고, 저녁 식사까지 해결했다. 개 이름 부르는 법으로 다투었고, 개 자신이 둘 다에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비겼다. 밤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넘긴 밤의 길이로, 그때까지의 것들이 싸움이 아니었다는 걸 알았다.
사과의 문장을 오전 동안에만 네 번 써서 네 번 지웠다. 길게 쓰면 변명의 비율이 올라간다. 짧게 쓰면 가벼워진다. “미안해”라는 다섯 글자만 보내는 寸前까지 갔다가 멈췄다. 그녀는 말로 일을 하지 않지만, 말의 무게에는 아마 나보다 민감한 사람이었다. 사이트의 제목 한 글자를 정하는 데 유의어 사전을 펴고 삼십 분 고민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봤다. 그런 사람에게 대충 만들어진 다섯 글자는 던질 수 없었다.
결국 써낸 건 세 줄이었다. 어제의 말하는 방식은 최악이었다. 일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했는데도 말했다. 미안해.
보내고 화면을 엎었다.
그 이후의 몇 시간은 길었다. 점심을 거르고, 설거지를 다 정리하고, 평소에는 하지 않는 환풍기 청소까지 했다. 손을 쉬지 않아야 엎은 화면을 뒤집어 확인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빛의 각도가 조금씩 변해서, 바닥 위의 사각형 일광이 테이블의 다리를 하나씩 통과해 갔다.
답장이 온 건 오후 3시가 넘어서였다. 엎은 스마호가 한 번 진동했고, 집어 들면 그녀로부터의 말풍선이 하나.
“저녁, 시간 괜찮아? 제방 근처. 산책 겸이니까 빈손으로 괜찮아”
긴 메시지를 주고받을 준비를 한 몸에서 힘이 빠졌다. 계속된 화풀이도 아니고, 용서의 선언도 아닌 평소의 만남 문자. 다만 이모티콘이 하나도 없었다. 그것만이 어제의 계속이었다.
오후 5시 반에 집을 나섰다.
제방까지는 걸어서 15분. 그녀의 방과 내 방의 딱 중간에 강이 있었고, 강변이 그녀 개의 산책 코스였다. 함께 한 1년 반 동안 몇십 번이나 걸은 길. 걸어 익숙한 길을 오늘은 처음 걷는 길처럼 걸었다.
길 중간의 편의점에서 발이 멎었다. 뭔가 사 가야 할까, 빈손이어도 좋다는 말을 지킬까. 가게 앞에서 1분 생각하고 결국 그녀가 항상 산책 돌아올 때 사는 보리차 페트병을 두 개만 샀다. 사과의 증거가 아니라 평소의 계속처럼 보이는 것. 선택의 기준은 그것뿐이었다. 계산대에서 지불하며 차가운 병의 맺힌 물이 손바닥으로 옮겨지고, 그제야 자신의 손이 땀으로 차 있었다는 걸 알았다.
강이 보인다. 6월 저녁의 공기는 낮의 열기가 여전히 반쯤 남아 있었고, 강의 냄새와 풀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제방 위의 길을 자전거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갔다.
이 제방을 함께 처음 걸은 건 함께 2주일 후였다. 개 산책에 따라가기라는 명목의 세 번째 데이트에서, 그녀는 강 건너편의 공장을 가리키며 설비의 이름을 하나씩 가르쳐 줬다. 반도 못 외웠지만, 못 외웠다는 것까지 포함해서 그날부터 나는 이 제방을 좋아했다. 그 장소를 화해에 지정해 오는 걸 보니 그녀는 이미 끝내는 방식까지 정해 놓았을 거다.
먼저 개가 보였다.
제방의 비탈 중간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옆에 그녀의 개가 엎드려 있다. 시바견보다 두 바퀴 큰 잡종인데, 유기견 모금 사이트에서 그녀가 찾아온 개였다. 나한테 알아차린 개가 먼저 고개를 들었고, 꼬리가 두 번 풀을 쓸었다. 그녀는 그것으로 돌아보며 조금만 웃고, 다시 강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옆에 앉았다. 개를 끼지 않은 쪽에. 보리차를 한 병 내밀면 그녀는 “응” 하고 받아서 뚜껑을 열어 한 모금 마셨다. 한동안 강의 소리만 있었다. 수면 위로 새 두 마리가 낮게 가로질러 간다. 개가 앞발 사이에 코를 묻고 가끔 눈만으로 이쪽 상황을 확인했다. 인간의 공기 변화를, 이 개는 항상 인간보다 먼저 안다.
강 건너편 멀리에 공장 지대의 윤곽이 보인다. 은색 배관과 흰 굴뚝과 구형 탱크. 저녁 빛 속에서 금속의 면만 순서대로 색이 바뀐다. 그녀가 이 산책 코스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 강 건너편이라는 걸 나는 안다. 그녀의 옆얼굴은 화난 것 같기도, 피곤한 것 같기도 않았다. 다만 뭔가를 머릿속에서 다시 배열하고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일할 때 요소의 배치를 못 정하고 있을 때와 같은 얼굴이었다.
“어제의 자기 모습을 말이야”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집에서 세 번쯤 다시 재생했어. 정말 느낌이 나빴어. ‘가 줄래’는 없었다는 생각을 했어”
“아니, 그건”
“먼저 말할게. 순서대로 하면 너의 대사가 훨씬 심하다. 그건 변하지 않아. 그런데 내 응대 방식도 건넨 싸움을 받는 방식으로는 최악의 부류였어. 침묵으로 문은 안 된다는 생각을 했어”
말을 마치고 그녀는 보리차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화난 목소리가 아니었다. 원고를 읽어내리듯, 순서대로 정해 온 말들을 하고 있는 목소리였다. 아마 어제 밤부터 오늘 오후 3시까지의 어디선가 이 말의 배열을 조립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다. 감정을 그냥 던지지 않는다. 한 번 자기 안에서 조판한 다음에 내보낸다.
“메시지 네 번쯤 다시 썼지?”
“네 번”
“알아. 세 줄이 되어 있었으니까. 너는 연습하지 않으면 더 길어”
개가 일어나서 그녀의 무릎에 턱을 얹었다. 그녀는 개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네, 조금만 기다려요” 했다. 개한테만 그녀는 존댓말을 쓴다. 이유를 물어본 적 있지만 “상관인 분이라서”라고만 했다.
“나는 아마 앞으로도 일을 줄이지 않을 거야”
그녀는 강 건너편을 보며 말했다.
“줄일 수 있다고 하고 안 줄이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줄이지 않는다고 처음에 말하고 대신 그만큼 보충하는 걸 잘 생각하는 사람이고 싶어. 프리가 됐을 때 정한 거야. ……그래서 어제 그건 여행이 없어진 게 아니라 연기 말씀이 가벼웠던 내 문제야. 두 번째였으니까”
“내 말하는 방식이 문제야”
“둘 다의 문제야. 네, 이 건 끝”
그녀는 페트병의 뚜껑을 닫고 선언했다. 선언 뒤에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강의 소리가 돌아온다. 강 건너편에서 무엇인가 설비가 가늘게 흰 수증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개가 자세를 바꿔 그녀의 넓적다리에 무게를 실었다. 그 무게를 받아낸 만큼 그녀의 어깨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게 옆에 있어서 느껴졌다. 그 다음에 처음으로 이쪽을 돌아보고 입 끝만으로 웃었다.
“나 진짜 단순한 거 있지. 문 닫고 30초 후에는 이미 말을 많이 했다는 생각을 했어”
개가 일어나서 두 명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산책의 계속을 요구하는 눈이었다. 그녀가 “네, 가겠습니다” 하고 일어나 무릎의 풀을 털어낸다. 내밀어진 리드를 내가 받았다. 항상의 역할분담이었다. 항상의 역할분담이 돌아왔다는 게 어떤 말보다 화해였다.
걸어내면 개는 나와 그녀의 중간을 같은 간격으로 유지하며 걸었다. 지능인지 배려인지 둘 다인지. 저녁 제방에는 비슷한 산책의 사람 그림자가 몇 개 있었고, 지나칠 때마다 개들이 한순간만 코로 인사를 나눴다.
저녁 식사는 제방 아래의 정식 가게가 됐다.
현관을 들어서면 튀김기름의 냄새와 텔레비전 야구중계의 음성. 개를 가게 입구의 그늘에 메달아 둘 수 있는 그녀가 말하는 “이 마을에서 가장 위대한 가게”였다. 가게 아주머니가 개한테 물 담은 그릇을 내밀어 주는 게 평상인데 오늘도 그랬다. 아주머니는 개의 이름만 기억하고 있었고 우리 이름은 아마 모를 거다. 그렇지만 “오늘은 두 명인 거구나” 했고 4명 식탁에 차를 두 개 놨다. 이 가게의 거리감이 그녀가 이 가게를 위대하다고 말하는 이유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부시리 까스 정식을 시키고 밥을 더 크게 했다. 어제부터 오늘 오후 3시까지 그녀가 제때 먹지 않았다는 걸 주문의 속도로 알 수 있었다. 부시리 까스는 꼬리의 붙은 곳까지 물어뜯고 양배추 산은 소스를 다시 끼얹으면서 2단계로 무너뜨린다. 먹는 방식에 설계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 다음 내 생강 굽이 나오면 당연한 얼굴로 한 조각 가져갔다. 등가교환이라고 말하며 부시리 까스를 한 조각 놔 간다. 환율이 맞는지는 1년 반 내내 불명이었다.
“새 프로젝트 말이야”
밥 위에 까스를 올리며 그녀가 말했다.
“정밀 가공 회사 사이트야. 회장님이 만드신 사이트가 20년 된 거고 아들분이 새로 만들고 싶대. 공장 사이트야. 내한테 온 건 운명 아니야?”
먹는 속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일 이야기를 할 때의 그녀는 젓가락과 입이 둘 다 움직인다. 공장으로 촬영을 갈 수 있다는 것. 선반의 사진을 찍게 해 달라는 것. “기계 이름이 다 멋있다”는 것. 어제 여행을 없앤 장본인인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그녀는 숨기지 않았다. 숨기지 않는 게 그녀의 사과 방식이기도 하다는 걸 들으며 깨달았다. 없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용서하기보다는 선반의 사진 이야기까지 들으며 용서하는 게 확실히 더 제대로다.
“그런데 여행 얘기 말인데”
된장국을 마시고 그녀는 스마호를 테이블에 놨다. 달력이 열려 있다.
“재뭘 이 3연휴. 여기면 납품의 2주 후니까 뭐가 타도 다 꺼져 있어. 임시 예약이 아니라 오늘 밤 숙소 잡아. 잡으면 안 움직여”
화면의 3연휴에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일정을 입력했다. 입력 칸에 “공장”이라고만 썼고 확정했다. 2글자의 일정을 그녀는 두 번 다시 확인한 후 화면을 엎었다.
그녀의 방에 도착한 건 8시 전이었다.
어제 닫혔던 문이 열린다. 개가 먼저 들어가 정위치의 방석까지 걸어가 음을 내며 쓰러졌다. 산책과 저녁 식사를 마친 개의 하루의 마무리였다. 방석의 가장자리는 개의 몸 모양을 따라 얕게 헐어 있다.
방은 어제 그대로였다. 책상 위의 듀얼 모니터. 왼쪽 화면에 디자인 도구의 아트보드, 오른쪽 화면에 수정 지시의 빨간 글씨가 든 PDF. 모니터의 가장자리에는 색 샘플의 포스트잇이 5개 계단식으로 붙어 있다. 다 같은 초록으로 보이는데 아마 다 다른 초록일 거다. 키보드 앞에는 검증용 스마호가 3대 크기 순서로 줄지어 있었다.
책상 옆의 책장은 위쪽이 디자인 책과 공장 사진집인데 아래쪽에 영어와 독일어 교재가 몇 권 끼워져 있다. 해외 설계 사무소의 사이트를 원문으로 읽고 싶다는 이유로 시작한 공부가 깨달으면 몇 년을 계속하고 있었다. 계속하고 있는데 계속하고 있다는 걸 본인은 별로 말하지 않는다. 책장만 아는 노력이 이 방에는 몇 개 있다.
“봐 봐, 이거”
그녀가 마우스를 진동시켜 슬립을 해제했다. 화면에 화과자 가게의 사이트. 지난주까지 그녀가 몰두했던 프로젝트의 공개 후 모습이었다.
“이 아침에 공개 됐어. 클라이언트에서 ‘엄마가 울었어’라는 메일이 왔어. 선대 엄마가 옛날 가게 사진을 올린 페이지 봐서”
화면 속의 화과자 가게 사이트는 흰 여백이 넓고 사진이 적은데 그 적은 사진이 다 좋았다. 연리근의 접사와 선대 부부의 흑백 사진이 같은 무게로 나란히 있다. 그녀가 3주일 깊은밤까지 남아 있던 이유가 소인의 눈에도 한 장으로 전달됐다.
그녀는 그 메일을 열어 나한테 읽게 했다. 읽고 나가는 걸 기다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윈도우를 닫았다. 자랑은 1회, 초 단위로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냉동고에서 그녀가 캔 맥주 두 병을 꺼내 한 병을 나한테 던졌다. 소파에 나란히 앉는다. 개의 코골음이 방석 쪽에서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그런데 이거”
생각이 나서 가지고 온 종이봉지를 건넸다. 어제 건네지 못한 구움 과자. 그녀는 봉지를 열고 안을 보고 한 박자 두고 말했다.
“어제 지금 받았으면 아마 안 먹혔을 거야”
“오늘이면 먹혀?”
“오늘은 진짜 잘 먹혀”
그녀는 구움 과자를 하나 물어뜯고 맥주를 마셨다. 맞지 않는 조합을 기운 좋은 얼굴로 계속했다.
9시가 넘어 그녀는 로우테이블에 노트북을 펼쳤다.
일이 아니었다. 숙박 예약 사이트와 지도와 공장 야경 크루즈선 운항표. 3개의 탭을 오가며 그녀는 재뭘의 1박 설계를 시작했다. 일의 화면보다 스크롤이 빠르다.
“첫날은 먼저 낮 동안에 콤비나트 외주를 차 한 바퀴 돌고 밝을 때 전체 배치를 머리에 넣어. 야경은 구조를 알고 본 후에 해상도가 완전 달라”
“밑그림을 하는 건가, 야경을”
“해. 있잖아, 강 건너편에서 보이는 그거 있잖아 동그란 탱크. 저건 구형 가스홀더야. 안의 압력을 사방에 균등하게 받으니까 저 모양이 되는 거야. 장식이 하나도 없어. 기능뿐인 모양. ……멋있지 않아?”
멋있어라고 답하면 그녀는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크루즈선의 시간을 메모에 옮겼다. 공장 이야기를 할 때의 그녀는 일 이야기를 할 때보다 한 단계 더 열이 있다. 지도 위를 미끄러진 손가락이 빠르다. 부두의 이름, 다리의 이름, 밤에 들어갈 수 있는 전망대의 영업 시간. 조사하며 가끔 손이 멈춰 이미지만 조용히 본다. 배관이 얽힌 사진이었다. 뭐가 좋은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과 설명을 받아도 안 알겠는 나와 같은 사진을 30초 봤다.
학생 때 제도 과제는 제쳐두고 배관 사진집을 봤다고 들었다. 이과에 간 것도 복잡해 말하면 저 강 건너편 탓이라고 했다. 디자인 일을 택한 것도 아마 같은 장소에서 온 거다. 기능뿐인 모양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눈과 여백 넓은 화과자 가게 사이트를 만드는 손은 그녀 안에서 제대로 연결되어 있다.
숙박이 정해졌다. 강 쪽이 아니라 공장 쪽의 방. 플랜명에 “야경 확약”의 4글자가 들어 있었고 그녀는 그곳을 두 번 읽고 예약 버튼을 눌렀다. 확약이라고 또 입 안에서 말했다. 납기와 살고 있는 인간은 확약이라는 말에 약하다. 그녀는 예약 완료의 화면을 스크린샷해 나한테 보냈다. 옆에 있는데도.
“증거야. 이제 더는 안 움직여”
그 뒤에 그녀는 노트북을 닫고 아이폰을 집어 들어 엄지로 짧게 뭔가를 쳤다. 메모 앱이었다. 화면은 안 보였지만 치고 나서 조금만 웃었다.
“뭐 메모했는데”
“어제와 오늘의 일. 잊고 싶지 않은 싸움이라는 게 있구나 싶어서”
그 이상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녀의 메모에는 사이트의 구성안과 장보기 리스트와 그런 짧은 일기 같은 게 섞여 있다. 언젠가 뭔가의 형태가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둘 다 괜찮았다. 내가 모르는 장소에 어제의 싸움이 저장됐다는 걸 맥주의 남은 것과 함께 천천히 삼켜 내렸다.
11시 전에 그녀의 방을 나왔다.
남으라고는 말해지지 않았다. 내일 아침 일찍 클라이언트와의 회의가 있고 그 전에 자료를 다 마친다고 했다. 문 앞에 그녀는 어제와 같은 장소에 서 있었다. 어제와 다른 건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었다.
“보리차 고마워. 산책 겸인 얼굴로 와 준 것도”
“산책 겸인 얼굴로 부른 건 너야”
“서로 그렇게”
그녀는 웃고 그 다음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나는 이 앞으로도 무리를 하거나 안 하거나 하며 해나갈 거 같아. 그래도 괜찮으면 재뭘 공장 보러 가자”
괜찮아라고 답했다. 문이 닫힌다. 어제와 같은 거칠지 않은 소리였다. 같은 소리가 하루 만에 이렇게 다르게 들린다. 저 야경을 재뭘은 그녀의 옆에서 정면으로 본다.
포켓 속의 스마호가 진동했다. 아까의 스크린샷에 말풍선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었다. 개의 사진이었다. 문면은 없었다. 오늘의 안녕 대신 개가 방석 위에서 배를 내놓고 자고 있다.
작품 노트
함께 1년 반 만에 처음의 제대로 한 싸움을 썼다. 쓰며 계속 머리에 있던 작품이 있다.
“단독 아랏사 여자친구는 년하 남자친구보다 탐욕스럽고 등신대이고 순수하게 섹스를 너무 좋아해서 위험하다. -만나고 사귀고 싸우고 화해하고 헤어진 1년-” 부제를 봐. 만나고 사귀고 싸우고 화해하고 헤어진 1년. 본편에서 쓴 건 이 중에서 “싸우고 화해하고”의 2일분이다. 이 작품은 그 다 한다. 드라마 식으로 커플의 1년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목의 “등신대”는 과장이 아니다. 제방에서 “둘 다의 문제야. 네, 이 건 끝”이라고 싸움을 정리한 그녀의 직설성, 까스를 등가교환이라고 우기는 식욕, 저 온도 그대로 작품 속의 그녀는 년하의 남자친구와 살고 요청하고 부딪힌다. 사쿠라 마나는 이 일을 15년 차인 사람인데 연인의 생활의 공기를 연기하게 하면 불필요한 연기가 하나도 없다. 샘플 동영상으로 처음의 생활 장면만 봐도 좋다. 그리고 부제의 마지막 2글자가 신경 쓰인 사람은 본편이 어떻게 끝나는지를 확인해 줄래. 제방에서 화해한 두 사람의 그 뒤를 이 작품은 하나의 답으로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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